[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27편] ‘관계’가 뇌를 키운다

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우리 모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 속에서 서로를 자극하며 상호작용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우리를 찾고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고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타인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뇌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우리의 뇌는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시선, 말투, 신체언어, 손동작, 눈의 움직임 등을 동시에 처리하며, 상대방의 외모, 성별, 냄새, 그리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토대로 그 사람에게 언어적, 신체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순간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접근하여 친근감을 표현할지 혹은 그를 피해서 반대쪽으로 달아날지도 결정한다. 만일 상대방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거나 또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또한, 무수히 많은 평가적인 절차가 동원될 것이다.

이렇듯,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상호 교류할 때는 뇌전체가 사회적 행동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기의 사회적 뇌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엄마와 상호작용하는 동안 아기가 흥분하고 고양되면 아기 뇌에서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 때 분비되는 신경화학물질은 뇌의 에너지 수준을 조절하고, 피질과 변연계의 성숙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아기가 엄마와 상호작용하는 동안 활성화된 생화학적 물질의 홍수는 새로운 뉴런을 만들고 뉴런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양육자는 영아의 현재 심리생리적 상태만이 아닌 그 이상을 조절한다고 볼 수 있다. 

엄마가 아기와 긍정적으로 접촉하고 상호작용하면 아기의 뇌는 활발하게 성장한다. 부모와의 따뜻한 관계는 애착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연결된다. 건강한 관계를 통하여 전전두피질이 최적화되면 인간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타인을 신뢰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긍정적으로 기대하며 매순간 만나는 문제에 IQ와 EQ를 조화롭게 잘 사용하여 환경에 살아남기에 적합한 자로 길러진다. 

그러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고통과 두려움에 싸인다.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정서적 균형이 깨지면서 다양한 병리적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산만함, 불안, 우울, 도벽, 싸움, 짜증, 분노 등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정신과적 질환은 ‘인간간의 관계에서의 부조화’로 발생하는 만큼, 반대로 ‘친밀한 인간관계’는 치유적 속성을 갖는다. 즉, 부모, 친구, 연인과의 친밀한 관계는 그 자체로 치유적이다. 심리치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시냅스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뇌의 성장과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심리치료의 대부분은 부모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형성된 부정적이고 모순된 메시지를 수정하는 일인데, 이러한 교정작업 또한 ‘치료자와의 긍정적 관계’를 통해서 가능하다. 심리치료자는 내담자의 움직임, 표정, 시선을 주목하고, 목소리 톤과 리듬에 귀를 기울이며 내담자가 표현한 감정과 느낌에 공감한다. 그들이 어떤 마음일지 그들의 정서에 맞춰 자신을 조율하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내담자의 발달 수준과 이해 수준에 맞는 제스쳐, 접촉, 소리, 말을 통해 소통하면서 점점 사회적 시냅스가 연결될 때, 내담자는 위로받고 그들의 고통은 진정되며 소통의 통로가 복구되어 마음이 치유된다.

한국의 전통사상인 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뇌교육은 ‘관계 친화적 교육’으로 지구에 기거하는 인간들의 뇌가 하나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한 예로, 음식을 먹으면서 ‘이 음식이 어디서 왔나?’ ‘어떤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서 내 입으로 들어오는가?’를 떠올리다 보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일어난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 자세나 먹는 자세도 달라진다. 눈앞에 놓인 음식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자연의 생명들과 교류하며 선한 에너지를 주고받을 때, 우리 안에서 깊은 치유가 일어난다. 결국 ‘관계’가 뇌를 키운다.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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