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지 않고는 며칠을 버틸 수 있지만 숨쉬지 않고는
단 몇 분도 제대로 버티지 못한다. 그만큼 호흡은 생명 유지에
가장 필수적이면서도 기본적인 활동이다. 아마 이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흡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인체의 자율신경계 중에서 유일하게 의식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호흡은 훈련으로 신체건강의
회복을 이끄는 주요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흡은 인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뇌는 인체 기관
중에서도 산소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관에 속한다. 뇌는 무게가 몸
전체 무게의 약 2%인 1,3~1.5kg 정도에 불과하면서도 특별한 활동
없이 쉴 때에도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산소량의 무려 20~25%를 소비한다.
뇌에 혈액 공급이 15초 정도만 차단되어도 사람은 의식 불명이 되고 4분간 중단되면 뇌세포는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을 입는다.
호흡이 조절되면 뇌의 상태가 변화한다. ‘이완된 각성’ 상태라는 명상(meditation)의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바른 호흡이 시작이다. 호흡을 통해 신체감각이 회복되고, 뇌상태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명상의 효과를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된다.
호흡명상은 생명 에너지인 기(氣)를 이용해 이루어지는
의식적인 호흡이다. 여기서 호흡은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호흡이 아니다.
거대한 생명에너지의 창고인 우주로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고, 몸 속에 고여 있는 낡은 에너지를 배출해서 몸 안의
에너지를 항상 신선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것, 그리하여
신체의 생명력을 왕성하게 하는 것, 이것이 호흡의 진정한 의미다.
호흡명상은 뇌에 의식을 집중함으로써 혈액을 비롯해
생명에너지(기)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에너지 호흡법’이다.
의식의 집중을 통해 뇌에 우주의 신선한 에너지인 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그 에너지는 뇌 속으로 흘러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를 진동시키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나아가 뇌의 팽창과 수축을 유도한다. 그래서 뇌의 세포들이 새롭게 깨어나고 뉴런의 결합이 증가함으로써 뇌도 더 유연해진다. 이것이 호흡명상의 원리다. 호흡명상은 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에너지 호흡이자 에너지 운동이다.
우리 몸의 근육과 관절은 쓰지 않으면 뻣뻣하게 굳어 유연성과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쓰지 않는 부분은 굳어버리고 그 부분의 기능까지 마비되어 버린다. 뻣뻣하게 굳은 몸을 풀어주고 그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뇌를 위해서도 우리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호흡명상은 뇌 자체에 작용하는 호흡법이자 운동법이다.
인체는 뜨거운 화(불)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차가운 수(물)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상태가 될 때 건강하다. 하지만 평소 우리 몸의 상태는
이와는 반대로 불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물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잦다. 흔히 하는 말로 ‘열 받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 불안감은 심장의 열기를 위로
솟구치게 만들고 대신에 신장의 수기를 아래에 고이도록 만든다.
그래서 머리가 시원하고 배가 따뜻해야 하는데, 반대로 머리는
뜨겁고 배는 얼음장같이 되는 것이다.
호흡명상은 뇌에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저절로 마음을
안정시켜, 몸의 상태를 이끈다. 기운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안정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자연치유력이 회복된다. 호흡명상을 통해 심장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비롯해 우울증, 불면증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도 이런 이치다. 호흡명상은 비단 뇌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작용하는 운동법인 것이다.
호흡명상이 전신운동인 원리는 뇌는 신체의 각 부위를 통제하는 모든 중추신경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뇌가 건강해져야 몸 전체가 자연스럽게 건강해질 수 있다. 인체의 모든 기관을 컨트롤하는 곳이 바로 뇌이기 때문이다. 호흡명상은 중추신경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온몸의 균형을 회복시켜준다.
웰빙(well-being)은 이제 세계적인 트랜드다.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흐른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것은 인류가
물질 추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웰빙은 우리가 삶의 양적 향상,
물질적 향상 대신에 질적 향상, 정신적 향상을 바라보게 해주었다.
이런 트랜드는 자연히 대체의학, 유기농 식품 등 자연주의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상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많은 명상 초보자들은 기대만큼 명상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삶의 매 순간이 목적지향적으로 짜여 있었기 때문에 ‘목적 없음’이라는
진공 상태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마음이 편해졌나 싶으면 졸음이 찾아오고,
졸음을 억지로 참고 있자니 잡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책이나 CF 등에서
봤던 평화와 휴식이 있는 명상 체험은 그저 신기루였던가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호흡명상은 명상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명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훌륭한 방법이다. 이유는 여타의 명상법들이 화두를 잡는다거나 숫자를 헤아린다거나 하는, 좀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방식인 데 비해, 호흡명상은 생명에너지(기)를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느끼면서 하기 때문에 훨씬 즉각적으로 명상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에너지의 느낌에 감각을 집중하다 보면, 누구나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잡념이나 졸음의 방해를 떨치고 무념무상의 내부의식을 체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정신적인 힘이 쌓이게 되며 집중력과 상상력, 판단력, 창의력 등이 개발된다.